Good morning, Paris.
9시쯤 눈을떴다.
good morning은 불어로 뭘까? 라는 생각이 10초쯤 들었는데 아직 약기운이 남았는지 어질어질하다.
간밤에 약기운때문인지 푹 잔거같긴 하다. 좀비to인간을 위해서 오늘은 약을 거르고 독한 담배연기로 목을 메꿔야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게, 창밖을보니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있다.
그러고보니 여행나와서 비를 본 기억이 드물다. 런던에있을때 변덕스러운 소나기잠깐? Oxford에서 지나가는비? 아...München을 떠나올때 비가좀 내렸었구나. 여튼간에 비가 참 오랫만이다.
이내 빗줄기가 굵어져서 비다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이대로 앉아서 비에 젖고있는 파리를 바라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평소에 비가 내릴때마다, 빗소리가 들리는 작은 까페에 앉아서 커피한잔을 들고 책을 읽으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상상을 여러번한다.
바쁜 일상에 치일때는 꿈도 못꿀 일이겠거니와, 설상가상 난 커피를 못먹는다. 제기랄... 시간은 지금 참 많은데 아쉬움이 빗속으로 흩어진다.
이제 한 일주일이나 남았나, 7월첫째주 한국행 비행기. 집에돌아갈 마음에 심란할 법도 한데, 여기와서는 참 여유가 생겼다.
남은 일주일간은, 욕심부리지말고 하루에 하나씩만, 이곳의 사람들과 공기, 냄새, 거리, 나무들, 음식들, 술... 모두모두 기억속에 담아가리라.
그동안을 돌이켜본다. 거리에서만난 수많은 여행자들. 시간이 없다며 기념사진찍어가며 지구반대편까지 날아와 싸이월드하는 사람들, 천생년분 쌔카맣게 탄 장기여행자부부, 아무꺼리낌없이 합석해서 맥주잔 부딫히던 외국애들, Sofia에서 만나기로한 H형. 다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있을까?
지금쯤 m은 한국에 들어갔겠다. 여기서 만나자던 동네 친구놈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이빨이었던것인가.... 잡념삼매경에 들었을 무렵, 비가 그치고있다.
다른 여행자분들이 숙소에 들어왔다. 캐나다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가기전에 들렀다니, 부럽고나. 근데 여긴 영어가 안통.......
주인형에게 대충의 불어를 배운다. 특히 엘레베이터같은거 탔을때, 여기사람들은 일단 몰라도 인사를 하는데 대뜸 hi하면 속알머리없어보이고. Bonjour까진 알겠는데, 대체 헤어질땐 뭐라는겨?
"Au revior."
이거였구나. 여기서 r발음의 정체를 알았다. 어쩐지 차표살때 현지애들 발음이랑 내발음이랑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거야.
불어는 아니지만, Ronaldo가 왜 호나우돈지 깨닫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Bonjour, Mecti, Au revior, Pardon, Excusez-moi, S'il vous plaît ."
이걸로 일주일을 버텨보자.
어제 받은 파리지도를 펴는순간 Bastille가 눈에들어오면서 떠오른것은 7월14일.
롯데월드에 한번탈라면 2시간 기다리는 French Revolution되겠다.
한국은지금 몇시지?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아직 잠에들기 직전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엄마 나 다음주에 한국 못갈꺼 같아요.
"왜????????????????????????????????"
-얘내 혁명기념일날 행사하고 난리부르스친데서 같이 난리부르스 쳐볼라구요
"언제오는데?"
-글쎄요, 여기날짜로 7월15일쯤? 다시전화할께요~
통화가 길어지면 걱정하실꺼 같아 대충 얼버무리며 끊었다.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듯 햇빛이 쨍하게 비에젖은 파리를 말리고있다.
오후3시쯤 되었을까, Orsay를 가자는 사람들의 제의를 만류하고 6시쯤 Louvre피라미드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미뤘다.
서둘러 다시찾은 Opera. Amex안녕? 혹시 망한거 아니니?? JAL안녕? 니네도 같이???
여기 대체 문을 열긴 하는걸까. 돈이 있어야 뭘하지?? 이미 스위스에서 저질렀던 카드 만행이 있던터라, 함부러 카드를 남발할수도 없는상황.
Thomas cook, 니네가 그냥 해주면 안되겠니~ 를 중얼거리며,
피라미드로 향했다.
여긴 언제 들어가보나. 다빈치코드 2권을 언넝 읽어야 겠는데, 뭔가 여기가 배경이 되다보니 다 읽고 들어가보고싶어졌다.
귀국일도 일주일이상 늦춰졌겠다(?), 책을 구해서 꼭 보고 들어가봐야겠지 싶다.
사실 이안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전시물에 관심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다.
이미 London의 National gallery에서 받은 인상이 짙게 남아있기때문일까. 그림을 잘 모르는 나일지라도 한놈만 팬다는 심정으로 한 그림앞에 앉아서 세월을 낚는것도 꽤 흥미로운일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햇빛이 반가운지 여기저기 누워있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나도 누웠다.
누워있는사람들은 대게 강렬한 햇살때문에 자연스레 모자따위로 얼굴을 가리고, 그러고 있다보면 졸리게 마련이다.
나도졸립다. 잠깐 눈을 붙였다.
지금가진돈이라고는 TC와 비상금 10여유로? 자다가 털릴것도 없지 싶어서 30여분을 존거같다.
일광욕 때문인지 감기기운도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다. 뭔일이 생겼나 싶어서, 잠시 궁금해 해 준후, 센근처로 나와 앉았다. 역시나 보이는 다정한 연인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도 손을 꼭붙잡고 꼭 안고 다닌다.
파리의 힘일까?
사람들이 끝내 안온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면, 약속쯤은뭐........라고 생각해보지만, 나도 바빠야 되는거같아서 기분이 찝찝하기도 하고, 이런약속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창밖의 파리를 안주삼아 맥주셋트로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4시.
한국에서의 생활이 장소만 바뀐 기분이랄까.
20050626 -zork2k-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