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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날씨가 후덥지근 하다.
Milano에서 미뤘던 haircut에 도전.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고 싶었다.

" Jean Louis David " 뭔가 가오있는 이름같았다. 장 루이... 믿어보겠어

대략 3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잊지않겠다 ㅡ.ㅜ

시원은 하다만 좀 그렇다. 얘네 스타일이라기엔 뭔가 부족한게 엄청나게 라인을 살려놨다고 해야할까, 차마 기념사진조차 찍기가 뭐하다. damn. 시원하게 자른 머리만큼 뒤숭숭해진 마음을 다잡고자 시내로 나섰다.

Centre Pompidou에 나갔다. 거리의 악사들, 각종 공연가들이 즐비한 이곳은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기엔 제격인 곳같다. 광장에 거의 눕다시피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숙소에 새로들어온 한국인 네 분을 만났다. 밀짚모자와 샌드위치.. 뭔가 독특한 포스를 지닌 그들은 어쩐지 어울리기 힘들것 같았지만, 가이드겸 시내 안내를 맡아버렸다. Forum de halles. Hotel de ville. Notredam 이어지는 기념사진들... 뭔가 당연함이 들면서 거부감이 들면서 정신을 놓아버린 혼미한 상태로 그냥 그렇게 시내를 방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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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날씨를 시원하게 씻어내려주는 소나기. 때마침 미칠듯이 비가 내린다. 장대비에 머리가 헝클어져 차라리 보기 좋다. 그렇게 한참을 비를맞는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보았는지는 전혀 관심밖이다.
미용실에서 해먹은 머리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 것인지에관한 착찹한 고뇌뿐...
어느덧 6월의 마지막날이다.

2008/03/23 15:43 2008/03/23 15:43

오전중 부산아가씨 둘이 Versailles를 가쟨다. yeah. of course. 불문과 재학생들인지라 믿음이 아니갈수 없었으나 뭔가 일이 꼬였는지 오후2시가 되어서도 나갈 기미가 안보인다. 치아라...

Y누나를 따라 shop 촬영을 나갔다.
Opera안녕?
우리동네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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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shopping mall 의 still cut으로 쓰일 사진을 찍는듯 했다. 대사관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shop들. 매장 관리인들이 사진촬영을 불허하는 바람에 도촬형식으로 힘들게 진행된 촬영이 오후 내내 계속 된다. 100 € 짜리 알바치고는 너무 빡셌다. 힘든 오후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는데 문득 하루가 너무 허망하게 지난것 같았다.
뭔갈하자.

카메라를 둘러메고 Montmarte를 향한다.
버스의 차창밖으로 Paris가 스친다.
Bonjour, 이것저것
도착. 생각보다 안멀다.
거리에 즐비한 기념품가게와 노상흑인들의 팔찌공세.
mono pod 때문인가 쉽게 접근안한다. 이거들고 다니면 가끔 경찰이 그거 뭐냐고 물을때 빼곤 이것저것 생각보다 득될게 많구나 싶다.

언덕을 오르고 올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뭐 따로 말이 필요없다. 좋구나. 게다가 여기저기 젊은이들이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와인과 맥주를 빨고있다.
god.... 얼마전 Agatha에서 Sophie만났을때 다음으로 불어를 못배운게 뼛속깊이 사무친다. 뭐 노래라도 알아야 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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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과 후회스러움, 궁상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아무래도 이곳에 자주올것같다.
맥주나 한캔 사볼까 들어간 식료품가게는 12시 넘었다고 문닫는단다. 아쫌 나한테까지만 팔고 닫으면 안되겠니? 유럽애들의 확고한 칼퇴근 정신에 다시한번 무릎꿇는다. 근데 12시가 넘었다고?

차가없다.
누군가 그랬다. Paris물가 비싸다고.
베낭여행자 주제에 택시를 타는것은 사치인것인가 노숙을할것인가 근처의 화려한 밤업소에 모든걸 맡길 것인가의 고민 삼종셋트가 싸우기 시작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을 요새 부쩍 실감한다.
1시간마다 다니는 심야버스가 있긴한데 이미 지나쳐버렸다.

걸어서 버스를 따라잡던지 걸어가는 나를 버스가 따라오던지 일단 걷기로 했다.
여긴 Paris최북단. 목적지는 최남단 Place d'Italie
여기 오면서 버스에서 창밖을 쳐다보며 우수에 빠져있던 터라 어찌어찌 걷다보면 갈수도 있을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London횡단, Paris종단. 뭐 나름대로 추억이 될거같기도 하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노상 588 스러운 골목을 지난다. 아가씨들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아 불어....................
여기가 그유명한 Pigalle 구나. 골목골목을 지나 Paris의 또다른 모습과 인사한다.
Moulin Rouge가 보인다. 영화가 떠오른다. 한국가면 꼭 다시봐야지. 아~ 나의 Satin... come what may...
Gare du Nord까지만 어떻게 찾아가면 이러쿵저러쿵해서 걸어갈수있을것 같은 생각이 꿈틀거린다.

우여곡절끝에 묻고 물어 도착한 역. 심야버스를 아직 따라잡진 못했고, 버스도 아직 날 못잡았다.
계속걷는다. 이대로 남으로 남으로 향하다보면 Opera를 만나겠지. 거긴 우리 동네잖어..라고 한 47번쯤 마음을 다잡았을때 드디어 Opera를 만났다. 밤에 또보는구나....
새벽 3시가 조금 안되어 Louvre 광장에 닿았다.
그많던 인파가 다 어디로간걸까 나홀로 광장에 서있다.
뭔가 피라미드를 뚫고 미라라도 벌떡 일어날것 같은 느낌에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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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seine의 다리들위엔 아직도 젊은이들이 술병과 기타를 들고있다. 여기들 다 모여있었구나.
저멀리 보이는 Effiel과 바로옆 Pont Neuf가 환하게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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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의 밤. 아니 새벽..
차갑고 습한 공기를 맞으며 걸었던 이 새벽은 20대의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것이 확실하다.
4시간 넘게 걸어 도시를 종단한 나는 숙소에서 머나먼 여정을 정리하며 기절했다.

유럽의 도시들은 작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Paris는 서울의 한개 '구' 크기라고 오정보를 줬다.
걸어봐라.
생각보다 크다.

2008/03/12 22:58 2008/03/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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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유럽이라는 동네를 가보자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비행기표를 일단 질렀을때 약 한달여를 예상했다.
생각해보니 한달동안 자는시간빼고 왔다갔다 이동시간빼면 뭐가 남을까 싶어서 일단 한달짜리 유레일패스를 구입했드랬었다. 그런데 오늘 이곳 Paris에서 한달을 지내보자 마음먹었다. 사실 마음먹었다기보다는 마음먹기로 된거다.



이제 27번 버스노선은 집에서 학교가는 507번 버스타듯이 자연스러워졌다.
같은시간대에 나와보면 운좋으면 같은 버스기사를 만나기도하고, 버스에탄 사람들이 이제 낯설지 않은 얼굴이 나타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난 몇년을 타고다닌 우리동네 버스기사 얼굴도 모르고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다. 이곳에 단지 5일있었을 뿐인데 아직 내가 이방인의 마인드를 갖고있기 때문일까 좀더 사람들을 자세히 보게되고 지나가는 인사로 Bonjour해주면 왠지 반갑게 느껴지는건 어쩔수없다. 물론 저 버스기사양반은 날 모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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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오늘도 변함없이 Opera에 나왔다. 어제 돈도 찾았고 이제 서서히 집에 언제 갈까 고민해볼만한때가 온것같기도 하다. Perrier한캔을 홀짝거리며 길을 걷는다. 워낙에 길을다닐때 신호등 먼저 켜진쪽으로 걷는 편인데 이쪽동네에 닷새째 나오다보니 대충 빠른 루트가 그려진다. JAL 오피스까지 다이렉트.

사람들이 꽤 있다. 동양계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전화응대를 하고있다. 일어로. 모시모시 blabla~~~
와 설마 한국어도 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무리.
난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 발음이 적어도 구리다고 느껴본적은 없었다. 근데 참 힘들다. 한국떠난지 대략 1달. 돼지도 않는 짬밥이지만 영어발음을 듣다보면 이건대충 어디쪽이다 감은 오는데 이건뭐...  7월 14일 이후로 아무때나 잡아주시죠. 한마디 서로 알아듣는데 속터져 뒤지는지 알았다. 문제는 14였다. fourteenth 제발.... 결국 여기 독립기념일날 뭔행사 하냐 어쩌고저쩌고의 잡담끝에 예약날짜 변경의 고비를 넘을수 있었다. 21일......앞으로 또 약 한달이구나. 어쩌겠니. 한달여기서 Parisien이 되어주마.
 

이소식을 부모님께 전하러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다.

"Bonjour. 아들래미 빠리에 눌러앉을 생각이옵니다."
-오긴오냐?
"다음달말에..늦어도 개강전엔 가겠지요. 이제 날짜변경하려면 돈이 들어서....

조금놀라시는거같기도하면서 어느정도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인제 이 도시와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겠는 관계로 landmark를 떠올려봤다.
개선문? Montmarte?
확률적으로다가 지나가는사람붙잡고 Paris 하면 3초내에 튀어나올 대답은 Eiffel일게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 인사할때가 된거같다. 지하철을 타줬다.
꼬리꼬리한 냄새를 음미하며 지하철을타고 이동. 아....이제 시즌인것인가.
동양사람의 물결이 나를 반긴다. 안돼.........

밖으로 나가보니 말로만 듣던 그녀석이 우뚝 서있다. Paris 2012라는 이름표도 하나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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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London에 머물던 날과 이곳에 있던날이 비슷해졌다. London2012냐 Paris2012냐 객관적으로 판단따위를 내릴수있을것만 같았다. 니들근데 관광객오면 의사소통이나 하겠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불어에대한 접근성이 워낙떨어지다보니 게다가 영어에 워낙 의지하다보니... 시설은 그나물에 그밥이겠고 아무래도 London이 관람객의 입장에서 편치 않겠니? 같은 혼자말을 멀뚱히 서있는 Eiffel과 나누고 있다.

Eiffel, Alexandre Gustave. 자기 이름을 Paris에 우뚝세워 전세계인에게 알려진 엔지니어. 로망이라 하지 않을수 없겠다.
서울 복판에 zk타워를 세우는 생각을 해본다. 건축의 건자는 안다. 내이름에 들어가니까.
날씨가 조금 흐리긴 한데 이녀석은 워낙에 우중충한 철골이라 은근히 잘 어울린다.

저위에 올라서서 이 도시를 내려다보고싶으나, 날씨가 날씨인 관계로 다음으로 미루겠다. 돌아가서 포커나 쳐야지.
carte Orange 빨로 버스로 환승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아.. 이시스템 좋다. 한국에도 이런거 도입 안되겠니..
빠른시일안에 또보자 Eiffel.
뒤로 점점 멀어져가는 녀석에게 인사한다.
Au, revoir. 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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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8 zork2k@Paris


2007/05/29 00:39 2007/05/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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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러서 아침겸점심을 때우고 3시즈음 Opera에 들렀다.
벌써 문닫진 않았겠지. 반갑다 Amex.
수중에 돈이 들어왔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순간.
일단 500€ 현금이 날개를 단 느낌이랄까.

나온김에 carte Orange하나를 질러준다.
인제 버스타고 다녀야지.
함께나온 일행이 샹젤리제행을 제안한다.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는 그들은 쇼핑을 할 분위기다.

쇼핑따라다니는거.
아니 여자들 쇼핑하는데 따라간다는거. 이건 모험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자칫하면 오늘 샹젤리제에 뼈를 묻을수도 있지 싶었다.

조건을 걸었다.
저녁식사를 괜찮은 까페에 가서 합시다. 피차 환전도 했겠다....
저녁시간이 되면 식사를 핑계로 여길 뜰수 있을거야.

불어를 배웠다는 일행중 하나가 갑자기 Les Champs-Elysées 를 흥얼거린다.
멋있자나...나도 불어가 배우고 싶어졌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되는걸까. 복잡한 생각속에 일행들을 따라 샹젤리제로 나섰다. 따라들어간 Agatha shop.
 프랑스에와서 가장 귀여운 여자를 만났다. 소피라는 여직원인데, 불어를 앙증맞게 말하는 작은입에 완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Agatha는 창업주 개이름이라는데 그런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 얘랑 파리에서 같이보내면 좋겠다 싶은데 도무지 아는 불어가 없으니 통탄할수밖에. 일행중에 불어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순간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지금당장 살껀없지만 내가 파리떠날때 한번꼭 더올께 그때봐 소피.

Place Monge로 향했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제데로된 외식.
머릿속에 수많은 프랑스요리가 둥둥 떠다니고있다.
좁은 골목을 마주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리스식당, 이태리식당, 중식, 온갖 잡세계요리를 하는 까페들이 널려있었다. 아늑하고 분위기가 좋은 곳을 찾았다. 프랑스요리면 아무거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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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에스까고.
난 이게 전채요리인지 오늘 처음알았다.
환전도 했겠다. 오늘은 음식에 투자를 해보자.
메인은 양고기 스테익.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다.
한시간을 잡고 배를 튕겨보자는 꿈은 일행들의 야간열차 스케쥴때문에 무산되었지만 오랫만에 여행페이스로 되돌아온거같아 만족스럽다.

에스까고는 향은 매우 일품인데 달팽이자체는 잘 모르겠다. 생김새는 달팽이라기보단 골뱅이에 가깝다고할까. 한국에서 먹어본(?) 놈들보다 크기도 크다.

길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식사시간이 지나고 이미 익숙해져버린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을 겪는다.

여행.
잠깐의 만남과 예정된 헤어짐의 연속은 크게보면 살아감의 축소판이 아닐까 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파리의 골목길에는 주차된 차량이 즐비하다. 마치 우리동네 20m도로 같다. 거긴 불법인데 여긴 합법이란다. 오후 6시가 지나면 무료 노상 주차구간이 있는듯 하다.
혼자서 저벅저벅 숙소로 돌아오는길에 와인을 한병샀다.
나흘째 맞는 밤에 아직 effel과 몽막뜨는 구경도 못했다.
갑자기 가고싶어질때 가보려한다. 일상이 아니니까.

숙소주인형의 뿌조가 어서 수리되야할텐데. 숲냄새가 맡고싶어졌다.
높은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차이나타운이 오늘따라 조용하다.

20050627 -zork2k- 4nd night@Paris



2007/04/04 18:31 2007/04/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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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Paris.
9시쯤 눈을떴다.
good morning은 불어로 뭘까? 라는 생각이 10초쯤 들었는데 아직 약기운이 남았는지 어질어질하다.
간밤에 약기운때문인지 푹 잔거같긴 하다. 좀비to인간을 위해서 오늘은 약을 거르고 독한 담배연기로 목을 메꿔야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게, 창밖을보니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있다.
그러고보니 여행나와서 비를 본 기억이 드물다. 런던에있을때 변덕스러운 소나기잠깐? Oxford에서 지나가는비? 아...München을 떠나올때 비가좀 내렸었구나. 여튼간에 비가 참 오랫만이다.
이내 빗줄기가 굵어져서 비다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이대로 앉아서 비에 젖고있는 파리를 바라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평소에 비가 내릴때마다, 빗소리가 들리는 작은 까페에 앉아서 커피한잔을 들고 책을 읽으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상상을 여러번한다.
바쁜 일상에 치일때는 꿈도 못꿀 일이겠거니와, 설상가상 난 커피를 못먹는다. 제기랄... 시간은 지금 참 많은데 아쉬움이 빗속으로 흩어진다.
이제 한 일주일이나 남았나, 7월첫째주 한국행 비행기. 집에돌아갈 마음에 심란할 법도 한데, 여기와서는 참 여유가 생겼다.
남은 일주일간은, 욕심부리지말고 하루에 하나씩만, 이곳의 사람들과 공기, 냄새, 거리, 나무들, 음식들, 술... 모두모두 기억속에 담아가리라.


그동안을 돌이켜본다. 거리에서만난 수많은 여행자들. 시간이 없다며 기념사진찍어가며 지구반대편까지 날아와 싸이월드하는 사람들, 천생년분 쌔카맣게 탄 장기여행자부부, 아무꺼리낌없이 합석해서 맥주잔 부딫히던 외국애들, Sofia에서 만나기로한 H형. 다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있을까?
지금쯤 m은 한국에 들어갔겠다. 여기서 만나자던 동네 친구놈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이빨이었던것인가.... 잡념삼매경에 들었을 무렵, 비가 그치고있다.


다른 여행자분들이 숙소에 들어왔다. 캐나다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가기전에 들렀다니, 부럽고나. 근데 여긴 영어가 안통.......
주인형에게 대충의 불어를 배운다. 특히 엘레베이터같은거 탔을때, 여기사람들은 일단 몰라도 인사를 하는데 대뜸 hi하면 속알머리없어보이고. Bonjour까진 알겠는데, 대체 헤어질땐 뭐라는겨?


"Au revior."
이거였구나. 여기서 r발음의 정체를 알았다. 어쩐지 차표살때 현지애들 발음이랑 내발음이랑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거야.
불어는 아니지만, Ronaldo가 왜 호나우돈지 깨닫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Bonjour, Mecti, Au revior, Pardon, Excusez-moi, S'il vous plaît ."
이걸로 일주일을 버텨보자.
어제 받은 파리지도를 펴는순간 Bastille가 눈에들어오면서 떠오른것은 7월14일.
롯데월드에 한번탈라면 2시간 기다리는 French Revolution되겠다.


한국은지금 몇시지?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아직 잠에들기 직전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엄마 나 다음주에 한국 못갈꺼 같아요.
"왜????????????????????????????????"
-얘내 혁명기념일날 행사하고 난리부르스친데서 같이 난리부르스 쳐볼라구요
"언제오는데?"
-글쎄요, 여기날짜로 7월15일쯤? 다시전화할께요~
통화가 길어지면 걱정하실꺼 같아 대충 얼버무리며 끊었다.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듯 햇빛이 쨍하게 비에젖은 파리를 말리고있다.
오후3시쯤 되었을까, Orsay를 가자는 사람들의 제의를 만류하고 6시쯤 Louvre피라미드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미뤘다.
서둘러 다시찾은 Opera. Amex안녕? 혹시 망한거 아니니?? JAL안녕? 니네도 같이???
여기 대체 문을 열긴 하는걸까. 돈이 있어야 뭘하지?? 이미 스위스에서 저질렀던 카드 만행이 있던터라, 함부러 카드를 남발할수도 없는상황.
Thomas cook, 니네가 그냥 해주면 안되겠니~ 를 중얼거리며,
피라미드로 향했다.


여긴 언제 들어가보나. 다빈치코드 2권을 언넝 읽어야 겠는데, 뭔가 여기가 배경이 되다보니 다 읽고 들어가보고싶어졌다.
귀국일도 일주일이상 늦춰졌겠다(?), 책을 구해서 꼭 보고 들어가봐야겠지 싶다.
사실 이안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전시물에 관심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다.
이미 London의 National gallery에서 받은 인상이 짙게 남아있기때문일까. 그림을 잘 모르는 나일지라도 한놈만 팬다는 심정으로 한 그림앞에 앉아서 세월을 낚는것도 꽤 흥미로운일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햇빛이 반가운지 여기저기 누워있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나도 누웠다.
누워있는사람들은 대게 강렬한 햇살때문에 자연스레 모자따위로 얼굴을 가리고, 그러고 있다보면 졸리게 마련이다.
나도졸립다. 잠깐 눈을 붙였다.
지금가진돈이라고는 TC와 비상금 10여유로? 자다가 털릴것도 없지 싶어서 30여분을 존거같다.
일광욕 때문인지 감기기운도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다. 뭔일이 생겼나 싶어서, 잠시 궁금해 해 준후, 센근처로 나와 앉았다. 역시나 보이는 다정한 연인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도 손을 꼭붙잡고 꼭 안고 다닌다.
파리의 힘일까?


사람들이 끝내 안온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면, 약속쯤은뭐........라고 생각해보지만, 나도 바빠야 되는거같아서 기분이 찝찝하기도 하고, 이런약속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창밖의 파리를 안주삼아 맥주셋트로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4시. 한국에서의 생활이 장소만 바뀐 기분이랄까.


20050626 -zork2k- Paris.


2007/02/03 21:25 2007/02/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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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거리로 나섰다.
아무버스나 잡아타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내렸다.
감기약 때문인가 머릿속이 멍한게 아무 생각도 없다. 그냥 움직였다. 나온김에 TC를 현금화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Opera로 향하기로한다.
여기까지 왜온거지. 그건그렇고 여긴 대체 어디야.





다시 아무버스나 잡아탔다. 지하철역으로 보이는데서 내려 일단 Opera까진 왔다.
아직도 멍하다. 아무생각이 없다. 주위엔 온통 Travelex. 서울에서 온다는 친구놈이 있었는데 못오게 되었는지 전화도 받지 않는다.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당장 숙소문제랑 골치아프게 돼버렸다.
Opera까지 왜 왔는지도 모른채 주변을 걷고 걷다가. Hotel de ville에 닿았다.
Paris2012 ..얘들 올림픽 유치할라고 여기저기 붙여놨다.




생각해보니 London의 Trafalga sq.에서 올림픽날까지 남은시간 가는걸 본기억이 있다. London vs Paris ? 난 아직까진 London편이다.
안내센터에서 프랑스에서 처음 영어다운 영어를 하는 아가씨를 만났다. 그냥 기쁘다. 역시 London편. 각종 행사와 지도가 안내된 책자를 건네받았다.
당장 Bonjour. Merci말고는 할줄아는 말이 없으니 일단 말부터 배워야겠다.





6월에 뭐가 있을까 싶어 책자를 둘러보는중 Seine을 만났다. 듣던대로 규모는 중랑천.
이곳이 낭만이 살아숨쉬는 Seine. 영화에서보던 강변주위의 가판대들이 보인다. 각종 그림에서부터 수공예품, 기념품 따위를 팔고있다.
감기기운에 약기운이 겹쳐 뭔갈 둘러볼 겨를이 없던 나는 내가 건너고있는 다리가 Pont Neuf인지, 다 건너고 나서야 알았다. 내일 다시보자 오늘은 오빠가 제정신이아니구나. 뭘좀 먹어야겠어.


뭘먹을까 고민하던중에 반가운녀석이 보인다.
오랫만이야 오벨리스크.
Concord광장 앞에서 누뗄라꼬꼬? 로 읽어야 할것같은 끄레뻬와 맥주한캔을 사들었다. 대낮에 길에서 맥주랑 끄레뻬라니....
감기기운에 전혀 도움안되는 녀석들은 눈앞에 개선문이 보이며 내가지금 걷고있는곳이 샹젤리제임에도, 아무런 감동이 없었다.
이상태로 여행은 무리야.
가서 자자.


오늘본건 다 잊고 내일 다시시작하는거야.


2007/01/09 21:22 2007/01/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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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종일 알프스 계곡에서 뒹굴어서일까, 몸이 좋질 않다. 목이 맛이 간듯하다. 따뜻한데로 가야겠어.

'빠리도 가볼꺼냐?
-엉
'빠리가선 뭐하게?
-빠리의 연인 만나나서 물랑루즈가야지.
'프랑스말은 할줄알고?
-쌔꺄꼼무와 저뤼뷔쿄주쉬왕??? Merci밖에 몰라. 그냥 에펠탑 올라서 센느로 다이빙해보는거지뭐.

'중건아 빠리가면 agatha가 싸데~ :)
-거위간이랑 달팽이를 와인에 버무려먹다가 돈남으면 가볼께요.

'센느는 중랑천 만하단다.
-유럽땅에 도착한 첫날 템즈보고 느꼈어요. 얘들이 뭘보고 강이라 그러는지.

-나 부다페스트 오늘쯤에 안녕할꺼같은데. 형은어디로가게?
'여기서 한달 박고 소피아 갈꺼야. 니가 먼저 소피아가서 전화해. Jade를 찾아.
-자데.........이름참...
'빠리에가걸랑 까망베르끄를 쌩으로 먹어봐라 무슨냄샌지.
-흥미진진한데...

'어디로 아웃해? 형들이랑 이스탄불이나 가자.
-파리요. 터키는 기차표 안먹는데....스위스가는 비행기도 날짜가없고...

'한국엔 언제 돌아갈꺼예요?
-비행기표에 7월 첫주인가? 라고 적혀있을껄요
'근데 벌써 빠리가요?
-'빠리'니깐 '빨리'가야죠.......사실 기차표도 오늘 끝나고. 근데 유레일패스 셀렉트가 몇장 더있긴해요. 남들이준거. 어디가 따뜻하죠?
'이태리가 더워요
-한 일주일전에 거기있다 왔는데...빠리는 여기보다 추워요? 여긴 생각보다 따뜻하네요. 남쪽이라 그런지 '거긴 지멋대로예요.
-아..런던처럼???




-얘들아 횽아 빠리간다.




-니도 며칠안봤지만 잘있어라. 하이디만나거든 에델바이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꼭 물어보도록.


Alfred아저씨와 포옹한다.
-Martha아줌마 건강히 계세요. Lena안녕. 그동안 베풀어준 친절 잊지 않을께. 가족들이랑 내가 꼭 다시올꺼니깐 모두 건강해야되요!
끝까지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준다. 이곳의 사람들 너무나 따뜻해.


기차역의 타임테이블. Lauterbrunnen 나름 유명 관광코스같은데 내가얻은 타임테이블엔 없는 기차가 많다.
마침 기다리는 시간없이 바로 기차에 오를수 있었다. 이속도로 스위스를 벗어날순 있는거야?
좌측의 호수와 산에게 인사한다.
저기 중턱의 예쁜 산장들에게 인사한다.
이름모를 야생화들. 목에 딸랑딸랑 방울단 양들. 소들.
골목골목 마주칠때마다 웃으며 인사해준 동네아저씨 아줌마 아가씨 할아버지 꼬맹이들 다 잘있어.
별생각없이 찾은 스위스는 따뜻한사람들이 사는 밝은 나라로 기억될것 같다.


목아퍼서 콜록대며 담배를 피워댔더니, 인공지능인지 에어콘이 고장나버렸다. 미치겠다. 어째 빠리가 가까워질수록 열차는 찜통이 되어간다.
도대체 얼마를 온걸까. 잠도안오고 덥다. 이속도로는 밤새서 가야될꺼같은데 용케 저녁8시즘 동역에 닿았다.





역을 나서는데 아직도 환하다. 이놈의 해가지지 않는동네 오랫만이다.
봉쥬르 빠리~
나는 빠리의 연인을 만날 생각에 한층 업되어있다.
하하하. 웃음이 절로나온다.
이동네 나와보니깐 하도 별놈이 많아서 길거리에서 별짓을 다해도 다른사람 건들지만 않으면 신경도 안쓰더라.
'난 빠리의 연인을 만나러 빠리에왔어.' 라고 또박또박 동역의 광장에서서 읊조렸다. 목상태가 말이 아닌데? 쪽팔리다.
잽싸게 가판대로 몸을 피하고 전화카드 한장과 라이타 하나를 샀다. 이놈들 불좀 빌려달래면 담배한가치 빌려달래는 통에 한국에서 돈주고 사본적이 없는 2유로짜리 라이터를 샀다. 가보로 평생써야지.
근데 전화카드는 왜 산걸까.? 난 여기 얼마나 있어야되지? 돈은 남았나?
"아......어디서자지???????????????????????????????????"
혼자 다니다보니깐 한국말할 기회가 흔치 않다. 혼자라도 해야지.


때마침 맥도날드가 보인다. 저기가면 길이 있을거야.
"BigMc and Coke plz. Just a sandwich" 빠리에 와서 아직 불어를 못해봤다. 라이타살때도 그렇고...
받을때 힘주어 "Merci"
얘들은 지가먹은거 안갖다 치워도 되는 시스템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점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치운다. 일반식당마냥.
런던에서 인천공항의 구화폐환전 센스로 뺀찌먹고 오랫만에 찾은 맥도날드에서는 불행히도 어디서 자야 하는지 알수 없었다. 안내센터역시 9시가 다되가는 지금 열었을리도 없고. 목은 아프고. 길가는 사람한테 재워달랠까. 길건너에 인터넷 어쩌꼬 3유로 써있는거봐선 피씨방같다.


하는수없다. 인터넷의 힘을 빌러보는수밖에.
자판이 살짝 다르다. 어이가 없다. 한글팩따위를 깔만한 여력도 체력도 없는데 마침 메신져에 어학연수간 녀석이 로그인해있다.
-대충 하루정도 시차가 날텐데 어쨌거나 깨있구나...나 잘데좀 알아봐다오. 여기 한글깔라면 3년은 걸릴거같어.
지금 성수기라 예약없이 호스텔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랜다. 특히나 얼마나 있을지도 모를거면.
-어떡하냐. 아무거나 던져봐 잠만자면되. 센에서 르몽드덮고 노숙할까?
전화번호를 던져준다. 무슨 택배 송장번호같이 길다.
-근데 전화하면 대화가 통할까?
'일단 걸어봐


얼레? 한국사람이다.
뭐 이것저것 잴 여력이없다. 가르쳐주는데로 표를끊고 지하철을타고 내린곳은 Mason Blanche.
Sortie? 영어는 없는거니.
역이름은 또 어떻게읽는거야. 메이슨 블랜취?
아 답답하다...갑자기 Bruxelles에 처음 닿은날이 떠오른다. 같은 알파벳인데 도무지 읽을수가 없구나.


유학생이라며 자길 소개하는 y형을 만났다.
-안녕하세요..저 언제까지 있을지 몰르거든요. 좀싸게....숙소에 사람은 많은가요?
'아니요, 아무도 없어요, 첫손님이예요. 심심할지도모르겠는데....
-잘됬네요~! 말 놓으세요^^ 집에 맥주는....


수퍼로 향했다. 이시간에 수퍼들은 죄다 문을 닫는데 이동네는또 아랍인들이 편의점스럽게 소규모 가게를 하고있다.
1664? 프랑스 맥준가부다. 베지밀만한병 6개들이 한박스를 사신다.


이동네는 차이나타운같다. 여기저기에 한문으로 씌여진 간판과 베트남식당들이 눈에 띈다.
유럽에도 이런 아파트가 있구나 싶을정도로 고층 빌딩의 13층에 위치한 숙소는 전망이 좋다. 조막만한 말티스? 푸들? 믹스견인듯한 라떼도 있다. 망치는 뭐하나...


-홍콩에 안가봤는데 여기서 내려다보면 홍콩 같아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랜다. 남향이라 파리 중심부 반대편이 내려다보인다.
-그리고보니깐 에펠탑이 안보이네요? 파리어디서나 보일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깐 남산타워 우리집에서 안보이는구나.......
건축학을 공부하러 이먼땅까지 와서 살고있는 형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간다.
-나도 파리의 연인 찾으로 지구반대편에서 날아왔는데........


목감기가 절정이다.


2005.06.24. zork2k -Paris-


2006/11/13 21:15 2006/11/13 21:15

20050623 Canyoning

zk's travels 2006/1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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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날씨라 해가 쨍하게 떴다가 굵은 빗방울과 천둥번개가 치다가 난리도 아니다. 계곡물이 세차게 불어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낮엔 하루종일 이짓을 했다.
This is a real adventure.


2리터짜리 와인통이 있어서 신기해서 구입했다
. 저녁은 fondue.
스위스에 다녀온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악평을 늘어놓던 fondue.
너무나 향기롭고 맛있어서 붙어있는 치즈를 빡빡 긁어 먹었다.


하루종일 알프스 계곡에서 구르고 뛰어내린후에 입안 가득한 치즈와 와인의 향으로 스위스를 기억하고싶다.


술을 좀 많이했더니 어지럽다.


2005.06.23. 어쩌면 스위스의 마지막 밤이 될것같은 이른 밤에.


2006/11/04 21:10 2006/1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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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더운데 알프스는 춥다.
복장부터 걱정이다. 주섬주섬 얇은옷을 껴입고 필름몇통을 들고 하이킹을 나섰다. 방금 숙소에 도착한 자매분들까지 합쳐서 제법 등산팀이라고 우겨도 될만한 알프스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Alfred아저씨한테 지도를 보여주며 대략의 root를 짠다.
하지만 초행길은 선두 마음이다.
선두는 나다.

초반 1시간반여를 미친듯이 올라갔다. 가파른곳만 골라올라가야 빨리오를거라는 등산초보의 객기에 일행들이 고생을 하는 눈치다.
사람들의 성화에 몇번을 쉬며 들고올라온 가스물을 다비웠다. 이제 시작인데 1리터를 없애버리자 걱정어린 일행은 걱정어린 눈으로 쳐다만 본다.
'나름 세계최대 관광국인데 해발3천미터쯤에 구멍가게정도는 있겠죠'


얼마를 올랐는지 케이블카 승강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타면 빠르겠는데요'
다행히 다들 강력하게 동의했다.
근처의 수퍼에서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unbelievable.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을 글로쓰거나 사진따위로 표현한다는 것은 알프스에대한 모욕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걸어야 하는길. 승강장 아저씨가 뷰포인트를 지정해준다. 이높이에 벌이 있다니...
'도대체 에델바이스는 어떤거죠?'
다들 관심없는 눈치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뛰어내리면 3년정도는 계속해서 굴러내릴것같은 스케일. 그리고 위풍당당한 빙하의 잔재들이 마음을 숙연케 한다.
내가 스위스에 온 이유를 지금 눈으로 확인하고있다.
능선 하이킹은 이곳의 3대봉 Eiger, Monch, Jungfrau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빗이 살고있을법한 샤이어풍의 초원과 군데군데의 만년설, 만년설이 녹아 생긴 작은 호수. 이건 동화다.
영화로는 표현해낼수없는 동화
작은 호수에 비친 Jungfrau는 내게 카메라를 손에 들수조차 없게 했다.
얘네들 셋은 수만년 매일같이 저기 비친 자기모습을 바라봤겠지. 나르시스처럼.
빨려들것만 같다. 빨려들고싶다.


내려가면 바베큐 파티를 하자는 일행들의 말에 서서히 하루종일 꾸었던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다.


이곳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기전에 다시 찾을것임을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2005.06.21. zk memo -난 오늘늘 내내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에델바이스 씨앗이었다.-


2006/11/02 21:06 2006/11/0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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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즈음 잠에서 깬것같다. 졸린눈을 비비며 정원으로 나왔을때 숙소는 텅텅 비어있는듯 하다.
잠시후 감기기운이 심해보이는 J형이 눈을 비비며 나온다.
"저기 꼭대기 걸어올라갈라면 얼마나걸려요?"
'기차있어요'
"걸어가면 먼가?"
'저기 3천미터 넘어요"


JungfrauBahn. 말로만 듣던 산악열차다.
여기 올라가서 안개속에서 헤메였다는 pd형들의 말이 떠올랐다. 날씨는 많이 화창한데 산 기후라는게 봄바람난 처녀 치맛자락같아서 걱정이다.
둘은 카메라하나씩 달랑 메고 기차에 올랐다. 대빵 딱딱한 나무의자에 몸을싣고 서서히 기차가 출발한다.
요정이살것같은 알프스의 한가운데를 기차로 오른다.


Klein Scheidegg.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나보다. 전부 내린다. 아닌가?
아무렴 어때. 난지금 알프스한가운데 있다고.





뭔가 하이디가 뛰어나올만한 배경이 펼쳐졌다. 따뜻한 차한잔과 담배한모금으로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액자속 풍경일듯한 이곳에 빠져들어가고있다.
"에델바이스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아니 물어본건데...."
'......'
스위스에 오기전에 에델바이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해보지 못했던게 한이 맺힌다.
"저기 올라가지말고 에델바이스찾아갈래요?"
'....'
그렇다.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근데 그냥 무작정 초원을 걷다보면 빙하에서 얼음썰매타던 하이디가 뛰어나와 내게 말해줄것 같았다.


'zk, 이게 에델바이스야'
응답하라 하이디.





기차가 도착했다. 제법 경사진 레일을 오르기 시작한다.
"좀 졸리지 않나요?"
'그러네요. 높은데라서 그런가?'
"말씀 낮추세요. 저보다 한참 형이신것 같은데"
'네'
결국 끝까지 존대를 쓰신다.
음식점 젊은 사장님같은 이분은 여행을 끝나고 양키스 경기보러 뉴욕가신댄다. 부러운데 계속 졸립다.
고산병인가? 여기저기서 두통을 호소하는사람도 있다.
나는그냥 졸립다. Jungfrajoch. 어제 그 할아버지 말마따나 처녀 젖가슴이라 그런가. 음기가 충만한지 온몸이 나른하다.


어느새 기차는 동굴로 향하고있다. 청룡열차 타듯이 경사가 심해진다. 그리고 춥다.
아니, 춥고 졸립다.
2시간여를 힘겹게 올라온 기차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 정차했다.
이곳은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높은 역임 어쩌고저쩌고 하는 기념비가 적혀있다.
그렇게 안적어놔도 만년설과 추위가 온몸에게 말하고있다.


잠시 휴게소에 들렀는데 나참..컵라면을 팔고있다. 이런 어이를 엿바꿔먹어도 유분수지. 나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박영석대장이라도 된마냥 눈에 둘러싸여 컵라면과 코코아로 끼니를 때운다.
밖으로 나왔다.






한 10분간 말을 못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나맑다. 우리집 망치가 보일 지경이다. 그러고보니 아직 망치는 눈을 못봤네.
산에오니 역시 산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생각이 제일먼저 난다.
이 비경을 꼭 보여드리리라.
주위엔 만년설을 퍼다가 요거트에 섞어 먹는 인간들이 보인다. 재미있어 보인다. 근데 이시려울것 같아.


고도가 높아 산소가 부족한지, 담배가 잘 안빨린다. 일부러 디스를 남겨뒀다. 템즈강가에 앉아서 한대. 알프스 위에서 한대. 같은담배인데 맛이 참 다르다.
유럽을 나와 돌아다니면서 느끼게 되는건, 얘들은 참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한다.
반대로 그리하여 안전시설이 그다지 철저하게 되어있지는 않다.
대충 넘어가면 시체도 못찾을테니, 눈에서 미라가 되고싶은 사람은 마음대로 하라는듯이 위험선이 쳐저 있는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탐험정신이 있지않은가.
아무도 밟지않은 눈을 밟아보고싶었다.
설마 푹 꺼지겠어. bigfoot이 구해줄꺼야. 근데 알프스에도 사나?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낑낑대며 바위에 올라 앉았다.
바위가 평평하지않고 절벽을 향해 경사져있다.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봤다.
얼음동굴.
이건뭐 엄청난 크기의 빙하내부에 굴을 뚫어놓아 별거 한게없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빙하다. 그리고 춥다.
흘러흘러 밖으로 나와보니 저멀리 점이 보인다.
근데 신기하게 점이 움직이고있다.
등반팀이었다. 숨쉬기도 어려울텐데...





반라의 할아버지가 보인다. 눈의 반사광에 직사광선에 아주 홍인(紅人)이 되셨다. 저렇게 웃도리 벗고다니면 추울텐데.
썰매장, 스키장도 보인다. 공짠가부다.
뭐 시설이 따로 되어있지는 않고 그냥 눈밭에서 뒹구는거다. 만년설 천연 슬로프였다.
썰매판 하나 빌려서 눈밭에서 굴러봤다. 다듬어지지 않은 눈밭이라 속도가 엄청나다. 잘 튕겨져 나가면 미라되기 쉽상이겠다.
겨울에 이 산 전체는 자연스럽게 슬로프로 변한단다. 내가 올라온 모든길이 눈에 덮혀 영원히 내려가는것이다.
죽을때까진 내려갈수있을까?
겨울에 꼭 다시 찾고싶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곳에서 정기를 다 빼앗겼는지 돌아오는 기차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이 들어있다. 나도 졸린다.
내려가서 향긋한 와인으로 휴식을 취해야겠다.


2005.06.21. 알프스의 설인 -zk-


2006/09/24 21:00 2006/09/2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