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치는 큰데 지하철은 작다보니 타고 내릴때 신체접촉이 잦을 수 밖에 없다. sorry. sorry?. sorry~. sorry!....이사람들은 하루에 sorry를 대체 몇번 듣고 몇번 하며 살아가고 있는걸까. 이제 내입에서도 자연스럽게 sorry가 나오기 시작한다. 길가다가 스텝만 꼬여도 sorry. 옷깃만 스쳐도 sorry. 'sorry' 1초도 안걸리는 단어를 이인간들은 입에 달고 살고있다. 순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같은 사과의 말이 너무 길어서 아껴쓰고 있지는 않나 싶었다. 명동에서 지나가다가 어깨부딪히면 눈 안부라리는게 어디겠냐마는...
Victoria Coach의 매표소흑인아저씨는 어디? 몇장? 몇시? 정도의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 더불어 한국인 여행객은 죄다 Cambridge나 Oxford로 간댄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아저씨 같으니라고. 대합실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둘기가 이곳까지 기어들어왔다. 전세계 어딜가나 있는 중국인, 바퀴벌레 그리고 비둘기. 그만보고싶다.
버스안에는 고정관념때문인지 제법 명문대학생틱한 학생들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한다. 단정한 외모와 책가방. 그리고 깔끔한 영국억양이 귀에 들려온다. 휴대용 음향기기를 가져오지 않은게 다행임을 느낀다. 물론 다 알아먹을순 없지만 도대체 얘들은 무슨얘기를 하고 사는지 화젯거리는 무엇인지가 들려온다. 옆에앉은 남학생들의 주 대화내용은 역시 세계젊은이의 공통화제, 이성친구에 관한 내용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동안 영국의 전원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풀을 뜯는 소와 말, 양들. 아담한 주택들.
런던에서 얼마떨어지지않은 작은 마을 Oxford에 닿았다. 곧게 뻗어있는 상업지구는 화려하진 않지만 흡사 대학로 4번출구 베스킨라빈스안쪽길 같은 분위기다. 대학가여서인지 젊은 남녀들이 거닐고 이곳역시 pub들이 즐비하다.

얼떨결에 Carfax Tower전망대에 오른다. 직원의 계산착오로 한 무리에 묻어서 공짜 관람을 하게됬는데, 내려오는사람과 마주치면 피할길 없는 좁디좁은 나선형 계단이었다. 힘들여 올라간 정상에서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빨갛고 아기자기한 집들 사이사이로 중세의 고성같은 분위기의 건물들. 대학건물들이었다.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언제나 즐겁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들고 이건물 저건물을들여다 본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복도에는 담배를 물고있는 여학생들이 자주 눈에띈다.

근처의 까페에 가서 영국식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다. 주문을 하자 주방에서 바로 만들어 오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제법 실하게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긴한데 양이 너무나 많다. 식사를 마친후에 아까 너무나 들어가보고싶었던 좁디좁은 골목을 따라서 한참을 걸었다.

Magdalen College. 정원에서 럭비볼들고 놀고있는 한무리. 학교를 굽어 흐르는 작은 천. 잘 정돈된 나무 사이의 오솔길. 그리고 수많은 사슴들이 노니는 초원. 이런학교에 다니면 과연 수업을 들어가고 싶을까?(물론 캠퍼스가 후지다고 수업에 성실히 들어가지지는 않더라.) 여대를 제외하고 학교의 환경때문에 학생이 부러운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Magdalen College, Oxford
우중충해서 항상 우산을 들고다닌다고 들었던 영국의 날씨는 공항에서 사온 썬크림이 마를날이 없을정도로 연일 화창하기만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길에 녀석이 처음으로 변덕을 부린다.
모처럼 일찍 돌아온 숙소에서 가져온 소주를 따며 유학생들과 정보 공유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여행책자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수준이다. 바꿔보면 서울에 처음와본 친구에게 내가 알려줄 여행정보는 없을것 같다. 떠나기전 생각해놓은 유일한 루트인 런던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이지젯은 그때와 비교해서 가격이 12배나 올라있어서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내가 런던을 떠나기전에 비가 한번 제대로 왔으면 좋겠다. 꿈꿔왔던 빗속의 런던은 요원한 것인가.
2005.05.23. zork2k -Oxfo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