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azsky Hrad, Prague
어제 테스코에서 봐온 재료들로 아침끼니를 해결한다. 같이하는 인원이 많을때의 장점이다. 나같이 라면1인분밖에 못끓이는사람도 아침안주는 호스텔에서 아침을 해결할수있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프라하성을 둘러보기로 다들 동의했다. 아직 어제 걷던 구시가지를 걷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워낙 웅장함을 자랑하는 성인지라 곁에두고 감상하면 어떨까싶어 이내 따라 나선다. 나름대로 빠른 tram을 타고 언덕을 오른다.
제법 높은곳에 위치하고있는 성의 위풍당당함에 일단 주눅이 들었다. 이것이 고딕인가. 런던의 의사당건물이후에 가장 위압감을 주는 건물이다. 쾰른대성당이 공사중인게 못내 아쉽다.
뾰족뾰족하게 솟아있는 건축물앞에서 고개가 숙연해지기는 커녕 하도 목을 들고다니느라 목디스크가 올 지경이다. 대륙에 넘어와서 본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들...

성안의 좁은 골목골목길을 걷는다. 연금술사들의 거쳐였다는 황금소로는 이제 기념품가게로 연명하고있음이 아쉽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온통 빨간지붕의 프라하. 과연 아름다운도시임이 분명해지면서 갑자기 떠나기 싫어졌다. 아직 이곳에서 본것들은 그저 프라하 관광안내따위의 책자에 나온것들뿐이며, 진녹색의 보드카비슷한 술로 보이는녀석또한 아직 맛보지 못했다.

다시한번 찾아온 갈등. 길을 걸어내려오며 만나는 파스텔톤의 이쁜 집들이 자꾸 발목을 붙잡고늘어진다. 이대로 눌러앉아서 프라하의 연인을 기다려봐?등의 잡생각이 스칠무렵, 일단 급선무는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 그리스땅을 밟는일이라 스스로 위안한다. 너무나도 사고싶었던 목각인형들. 아름다운 프라하의 밤거리들. 음악이 흐르고 여기저기 어우러져 키스하는 까를교. 다시 찾아올때까지 이모습 이대로 남아있어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은 체코화폐를 털어서 기차표를 구입한다. 비엔나. 비엔나쏘시지, 비엔나커피...전혀 땡기지않지만, 기차를 이용해 서유럽을 움직이는 여행자라면 자의와 상관없이 들리게되는 두 역 Munchen과 Wien. 예상치못한 기쁨을 기대하며 기차를 기다리는데. 아무리봐도 타임테이블에 12시도착 비엔나행 열차가 나타나지 않는다.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이역이 아니라네. 지하철을 잡아타고 처음으로 짐을들고 겁나게 뛰는 장면이 연출되고있다. 미친듯이 뛴다. 다섯명 제각각 아무런 의심없이 기차가 올줄알고 그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것이다. 짐의 무게와 싸우며 앞만보고 달리고 또딸렸다.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탈수있을것만 같다. 와중에 "기차놓쳤으면 좋겠다~"라고 소리질렀다가 머나먼 타국땅에 묻힐뻔한다. 마침 플랫폼에 기차가 보인다. 다행이다. 살수있을것 같다. 근데 기차가 슬금슬금 움직이고있다. 영화에서 보듯이 뛰어가서 간신히 올라탈수있을만큼 아주 천천히....차장이 문까지 나와서 이리로 오라는듯이 손짓한다. 뛴다...기차가움직인다. 더빨리뛴다. 기차는 더빨리움직인다. 미친듯이뛴다. 기차는 그만큼 더 빨리움직인다......얼레.....놓쳤다. 허무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생겼다는 표정은 뭇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속에 뭍혔다. 그도잠시, 차장의 의도에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채 주먹을 쥐었다 손을폈다 하는건 이리와가 아니라 저리가라는 표현임에 결론이 났다. 문제는 다음 기차시간까지 6시간............
일행중 한명은 다른방도를 찾아 떨어져나가고 4인의 기다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티비에서보던 지구탐사대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지쳐널브러진 배낭여행객틱한 장면이 연출되고있다. 체코의 화폐를 다 쓴지라 유료화장실갈 잔돈여분만 남겨둔채 역사 대기실에 짐을 풀었다. 일행중 하나는 덜 마른 빨래를말리고, 다른하나는 잠을 청하고, 샌드위치로 요기를 때우고있다. 난 철퍼덕 엎드려 메모장에 글을 휘갈긴다. 어떻게 생각하면 프라하가 내 발목을 잡은것같다. 이대로 더 머물러야할것같은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4개월이지난 지금도 더 남아있을걸 싶은 두번째 도시이기도하다. 때마침 주말드라마로 프라하의 연인이 방송되고있다니...) 그와중에 m의 cdp께서 운명하시고 영영 오지않을줄 알았던 기차시간이 어느덧 다가왔다. 밤 10시가 넘어야 비엔나에 닿을것이다. 창밖은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있다. 현재시각 21:00 체코의 국경을 지나고있다. 변두리에 위치한 간이역. 음울한 동네분위기. 사실 내가 체코에 오기전에 상상하던 분위기가 창밖으로 펼쳐진다. 고정관념때문일까 동부권에 속하는 체코는 아직 칙칙하고 음습한 곳일줄만 알았다. 아직 잠들지않고 창밖을 응시하고있음이 다행이다. 현지인들이 살아가고있는곳. 비록 방문객의 입장이지만 그들과 잠시나마 섞여보고싶다. 짧은 일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일인가.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체코아가씨는 모두다 모델이라는 n970x님의 말도 그리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체코의 남자들이 하나같이 모델같다. 그들의 축구팀에서도 볼수있지않은가.
늦은시간에야 남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에 왠 Busan집이 보인다. 서역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이곳에서 라면을 팔고있다니..한국어로 길묻게 될줄이야 누가알았겠는가.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오늘 저녁을 대신해야 할것같다. 트램을 타고 이동한 남역. 이제부터또다시 숙소찾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늦은시각이라 여행안내소는 딴나라 이야기이고 다시한번 여행책자를 의지할수밖에. 보물찾기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고 급기야 역에 두명을 남기고 두명이 흩어지는 악수를 두고야 말았다. 누군가 뒤에서 졸졸졸 쫓아온다. 나만한 베낭을 짊어진 독일인 배낭여행자였다. 그래 니나나나 같은운명. 힘닿는데까지 찾아보자꾸나. 다행히 오스트리아가 독일어권이라 동네사람들에게 그가 길을묻고 나에게 통역을 해준다. 골목깊숙히 들어가니 아슬아슬하게 최소한의 옷만입은 흑인 언니들이 다가온다. 나혼자 싸우면 질꺼같은데 옆에 이녀석이 있어서 다행이다. 화대흥정을 하는 언닌지 아줌마인지를 뒤로하고 두시간동안 숙소를 찾아해멘끝에 드디어 몇군데의 호스텔과 접촉했다. 북미의 여행자들이 단체여행을와서 서역근처의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펜션, 저가호텔이 모두 꽉꽉찾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서로의 행운을 빌며 그와 이별의 악수를 한다. 우리 역에서 베낭깔고 잠자지 말자....역으로 돌아가보니 일행들은 진작에 포기하고 한국인 민박집으로 짐을 옮긴 상태였다. 최후의 선택이었다. 잠깐 눈만 붙이고 나오는거야.
2005.06.01. zork2k -Wien-